:: 어벤져스 (The Avengers, 2012)


거참 시워언하게 잘 만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너무나 좋다. 그동안 쌓아뒀던 마블의 캐릭터들이 한 화면에 모였으니 말 그대로 초호화 캐스팅. 몇몇 작품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모두 어벤져스를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았다. 초반에는 액션이 없지만, 영웅들을 한데 모으기 위한 시간이니 조금 참아주자. 그래도 아이언맨의 시니컬한 유머가 난무(???)하고 블랙 위도우도 감상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으니 마냥 지루한 시간은 아니다.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되는 중반부 부터는 아, 말 그대로, 그냥, 재밌다.


더 이상 아무런 말 안 하련다. 정말 개봉일에 바로 가서 본 영화는 (기억 속에서는) 처음이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영화. 엔딩 크레딧 이후에 잠깐 나오는 장면을 보면, '타노스'라는 악당이 지구를 침공할 예정인 것 같고, 그 얘기는 속편도 제작될 거라는 얘기. 마블의 설정집을 보면 타노스는 어벤져스 다 모여도 이기기 힘든 등급이라고 하니, 아마 어벤져스 멤버들이 더 모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모두들 아이언맨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앉았다가, 일어날 땐 헐크의 팬이 되는 영화! (그래서 포스터 이미지도 헐크)


2012.04.26 20:05 강동 CGV K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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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 오가와 요코 | 권영주 | 현대문학


오가와 요코. 당연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작가니까. 아마 2004년 즈음? 도서출판 이레에 다니던 친구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며 선물해줬고, 단연 그 해 나의 베스트 소설이었다(아마 향후 몇 년을 통틀어도 베스트일 거라 믿는다). 그리고 얼마 뒤 영화로 만들어져 상영했고, 바로 달려가서 봤는데, 그 영화마저 참으로 좋았다.


오랜만에 YES24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이름. 하지만 꼭 기억하고 있던 그 이름이라 망설이지 않고 주문. 출퇴근 지하철에서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참으로 신기한 재주다. 비일상적인 것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두고는, 자신의 세계로 독자를 훅!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수학도 체스도 일반적인 경우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쉽지 않지 않은가) 것들을 아름답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힘. 그것이 오가와 요코의 신기한 재주.


코끼리 인디라와 고양이 폰 그리고 마스터와 미라. 리틀 알레힌은 그렇게 체스의 해저(海低)를 여행하며 시와 같은 기보를 남긴다. 어제 출근길, 리틀 알레힌이 죽을 때, 그만 지하철에서 울컥. 했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꼭 읽어봐야 할 잔잔하고 아름다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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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터처블 : 1%의 우정 (Intouchables, Untouchable, 2011)

기대를 안 했기 때문일까? 그저 따뜻한 영화일 거라고 그리고 프랑스 영화 특유의 지루함 같은 것은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왠걸! 이런 대박 영화가! 배우들의 연기도, 위트 넘치는 대사들도, 따뜻한 감동도... 말 그대로 모든 걸 다 가진 영화. 프랑스 영화인 걸 전혀 모르겠을 정도로 (짐작했던?) 지루함은 눈을 씻고봐도 없다.

오랜만에 찾은 브로드웨이 극장은 그 크기와 분위기로 많은 웃음을 주더니, 스크린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영화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한참을 웃었다.

아, 줄거리 등등에 대해서는 그냥 검색해서 보시길. 드릴 말씀은 딱 하나. 그냥 보시라. 정말 강추!

브로드웨이 2012.03.31 14:20 4관 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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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랍어 시간 | 한강 | 문학동네

언제였더라, 이 책을 처음 알게 됐던 게. 아마 교보문고에서 약속을 잡아두고, 상대를 기다리면서 소설 코너를 어슬렁거렸던 때. 우연히 손에 잡힌 책이었고, 표지의 이미지, 저자의 이름, 소설의 제목 같은 것들이 묘하게 어우러져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국 얼마 전 잔뜩 주문할 때 카트에 담았고, 출근길에 조금씩 읽었다. 생각보다는 읽는 데 오래 걸렸지만, 느낌은 좋다.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의 이야기. 사실 '둘이 함께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각각의 이야기가 나열되다가 결국 하나로 합쳐지는 식. 왠지 그 둘은 작가의 서로 다른 내면. 결국 하나로 합쳐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같은 느낌.

솔직히 특별한 스토리는 없다. 둘의 독백들. 자라온 환경들. 최근에 벌어졌던 일들. 헌데 그걸 서술하는 방식이 참으로 유려하다. 아니 오히려 장식이 많고 아름답다고 해야 하려나. 하지만 거추장스럽지 않은 느낌. 많은 단어와 표현들은 글의 '분위기'를 아름답거나, 쓸쓸하게 만든다.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 굉장한 신경을 쓴 느낌. 소설이라기 보다는 감각적인 시를 읽는 것 같은 기분.

그런 면에서 읽는 속도가 잘 붙지 않았던 거라는 생각.

마음을 차분히 하고 싶을 때 슬쩍 펼쳐보고 싶어질 것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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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학개론, 2012
 
일단 제목부터 주목. 나 나름 건축과 졸업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배경도 마침 내가 딱 1-2학년이던 94, 95년 정도를 배경으로 한 듯(전람회 앨범이 94년 5월 발매했으니, 95년도가 배경인 것이 더 자연스럽기도 하고... 그렇다면 그 재수 없는 2학년 선배가 94학번이겠네...).

기억을 더듬어 봤다.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이 있었나? 내 기억 속엔 없는데, 동창들의 말에 의하면 그냥 1학년 애들 전체 다 큰 강의실에 모아두고 교수님 소개하는 것처럼 한 분씩 돌아가면서 이런저런 얘기 해주던 수업이라고 하더라. 얘기 듣고보니 그런 수업이 있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 인물에 사람을 하나씩 대입한다. (직업은 다르지만) 엄태웅에는 나를 대입해보고(아, 절대 외모나 그런 얘기가 아니다!!), 그 까불지만 웃긴 친구에는 비슷했던 친구를 하나, 압구정 사는 부잣집 선배에는 또 누구를, 이 배역에는 누구를... 실제로 그들끼리의 관계는 상관없고, 내 주위에도 저런 사람들이 하나씩 있었고, 저런 사건들이 하나씩 있었던 것 같은 기분으로 하나씩... 저기 저 속,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것들이 모래를 털고 부유하는 기분.

철저하게 추억을 돋게 하는, 그것을 노린 영화다. 마침 그 타겟인 세대는 현재 티켓 구매력도 충분하다. 비슷한 영화가 근래에 없기도 했고. 게다가 그들의 과거 첫사랑 역에는 삼촌팬들 그득한 수지를 내세웠다. 아, 이거 정말 작정한 영화(내가 티켓을 산 이유에 수지가 없었다고는 절대 말 못한다).

하지만 작정했다고 해서 혹평은 못 하겠다. 제대로 작정했고, 제대로 노렸고, 노림수는 제대로 터졌으니까. 이 정도면 됐으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쓴웃음 한 번 짓고, 어디 포장마차에서 취하지 않을 정도의 쏘주 한 잔 하고 싶어졌으니까. 누군가가,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단번에 오래된 흉터를 살짝 만져주는 것 같은 느낌. 슬쩍 마음이 움직였으니까. 됐다.

아, 포스터는 (당연하게도) 수지의 캐릭터 포스터로. 사이즈도 평소 포스팅보다는 조금 크게.

2012.3.25 16:25 CGV 강동 2관 F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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